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갑사 템플스테이★ travelling 2014. 9. 29. 18:19
한 주 전 일요일 공주에 위치한 갑사에 템플스테이를 다녀왔다.
불교신자도 아닌 내가 템플스테이를 신청한 이유는 머릿속이 복잡했기 때문이다.
얼마 전 책을 샀는데, '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' 라는 책이었다.
그 책에서 지칭하는 생각이 너무 많은 사람들, 즉 '정신적 과잉 활동인' 이 바로 나라고 생각했기 때문에
책 이야기가 조금 더 공감이 됐다고 생각한다.
정신적 과잉 활동인은 너무 많은 생각을 멈출 수 없기 때문에, 머리속이 포화상태가 되는 miserable 한 상태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낼 경우가 많다.
하지만 템플스테이 기간동안에는 생각을 조금 덜 할 수 있었다.
특히 마음에 들었던 건
새벽 예불 마치고, 명상 후에 숙소로 돌아와 멍하니 사랑채 비스무레 한 곳에 앉아서 문 밖을 내다볼 때였다.
그때 머릿속에 든 생각이 별로 없었고, 잠을 자는 것도 아니고 깨어있는 것도 아닌 공허한 느낌이 몇 분 정도 지속되었는데,
그때가 템플스테이에서 가장 마음에 든 순간이었다.
집을 떠나 여행이란걸 하다보면, '결정적 순간'이라고 느낄 만한 때가 가끔 있는데,
이번 템플스테이의 결정적 순간이 그때였던 것 같다.
같이 템플스테이를 진행한 모녀(어머니와 딸 모두 어찌 그리 귀여우신지. 선천적으로 착한 사람들이라는 기운이 온 몸으로 뿜어져 나왔다. 작은 키도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녀), 대전에서 오신 한 아주머니(멋지게 나이든다는 게 어떤 건지 보여준 그 분, 나이가 들어도 예쁠 수 있다는 걸 그 분을 보고 새삼 느낄 수 있었다), 오전 차담과 산행을 함께해주신 갑사의 스님(성함을 여쭤보지 못해 아쉽다. 솔직하고 털털한 모습이 매력적인 스님, 성불하세요.) 모두 좋은 인연이 되었고, 한 점 기분나쁜 일 없이 무사히 템플스테이를 마칠 수 있었다.
궂이 산사에서 말고, 혼자있는 공간에서 오롯이 템플스테이에서 느꼈던 그 감정을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.
난 다시 정신적 과잉 활동인이 되어 오늘도 하루를 마무리하려 애를 쓰고 있는데.
명동 한 철학관에서 어떤 선생님이 난 '불교'가 더 잘 맞을 거라고 하셨는데.
불교에 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, 이번 템플스테이를 하고 나니, 불교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간 느낌이다.
덧.
새벽예불에서 북치시는 스님, 법당 안에서 절하시는 스님 뒷 모습을 보고,
아련하고 안타까운 아름다움을 느꼈다면
너무 방정맞나.
근데 정말 sexy 라는 느낌을 넘어선 .. 아름다움 같은게 느껴졌다.
참 묘해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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